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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해외취업

해외취업 :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야 지치지 않는다

바로사채 2021. 9.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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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제품 매니아의 소확행: 대행 구매, 정보 공유, 그리고 제품 분해

대영박물관

일본 문화 중 특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내가 애니메이션 매니아가 아닌 전자 제품 매니아가 된 계기는, 아마도 대학 선배가 들고 다녔던 MD(Mini Disc, 미니 디스크)가 아닐까 싶다. 내가 학생이었던 90년대는, ‘메이드 인 재팬' 워크맨이나 작은 전자 시계같은 물건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시대라, 이런 일제 전자 제품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로망이 있었다. 배낭 여행을 가서도, 남들은 다 먹으러 가는 일본 라면이니 스시 코스니 하는 것들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매일 삼각 김밥만 먹으며 전자 상가 지역인 오사카 덴덴타운(でんでんタウン)이나 도쿄 아키하바라(???)에 가서 특이한 전자 제품을 사오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기쁨이었다.

프라하

특히 나는, 최신 전자 제품 보다는 신기한 전자 제품을 남들보다 싼 가격에 구하는 데에서 상당한 즐거움을 느꼈다. 지금이야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물건을 손쉽게 구할수 있지만, 당시에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개인용 디
지털 단말기)라는 휴대기기에 터치가 되는 소니의 클리에 (Clie) 라는 제품은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당시의 원/엔
환율도 그렇고 구매 대행같은 것이 없던 시절에는, 일본에 가서 클리에를 사와 수집가들에게 팔기도 했었다. 그러다보니
그런 제품들의 특징이나 매력을 연구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현재의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을 거의 16년째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업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본 여행을 자주 했던 예전 직업적 특성상, 지인들의 부탁으로 한국에 돌아올 때 이것 저것 전자 제품들을 대행 구매 해 주기도 했었다. 그 당시 주로 부탁을 받았던 제품은,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앞서 이야기한 클리에, 바이오 노트북과 같은 한창 전성기 시절의 소니 제품들이었다.

벨기에의 성당

요즘은 꼭 구매 대행이 아니더라도, 나는 어떤 전자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 잘 팔리는지, 투자 가치가 있는지 둘러보는 것
을 재미로 생각한다. 아주 가끔은 직접 구매하기도 하지만, 거의 결제하지 않을 온라인 쇼핑몰의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나는 물건을 사는 것보다, 새로운 제품이나 파격적인 가격의 제품을 알아보고, 그 정보와 인사이트들을 뽐뿌나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에 공유해, 누군가가 그런 물건을 사고 싶어할 때 맞는 정보를 줘서 상대의 잔고를 바닥내는데 일조(?)하는 것에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방향으로 취향이 바뀌었다.
전자 제품과 관련된 나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로, 전자 제품 분해가 있다. 일본인들은 전자제품을 깨끗하게 버리는 편이라,버리는 전자제품들을 분해해서 부품을 판매하는 일도 하곤 한다. 절대 수익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전자제품 분해하는 일이 즐거운 (재조립은 엄두도 못내지만) 이상한 취미 때문에 이런 일도 가끔한다. 누군가에게는 전자제품이 그냥 소모하는기계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는 작지만 취미활동과 수익활동을 함께 할수 있다.

만화박물관

 

걷는 만큼 보이는 도쿄의 숨은 매력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럿이 함께 걷는 게 아니라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든지 시간을 내서 어딘가를 걷는 것을 즐기는데, 그렇게 걸어본 동네가 프라하, 뉴욕, 워싱턴, 런던이다. 이런 대도심은 가이드 북에 의존하지 않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 쭉 걸었다. 내가 도쿄에 처음 여행을 왔을 때, 계획을 세워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 시부야를 지나 롯본기를 지나 아오야마까지 걸었던 적이 있다. 다른 나라의 산책과 일본의 산책이 다른 것이 있다면, 중간에 걷다가 지치면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대중 목욕탕에 가서 잠시 개운하게 씻을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

스트라스부르그, 프랑스

 

(일본에 다시 돌아온 후에도 못 가보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 있던 몇 년 동안 가장 후회했던 것이 코 앞에 있던 디즈니 랜드도 한번 못 가보고, 후지산도 둘러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데, 가까이 있을 때는 오히려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러니, 가까이 있을 때 기회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디즈니랜드나 후지산 같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외국에 사는 동안에 동네의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로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유롭게 동네 골목들을 다녀보는 것도 좋고, 기왕이면 카메라로 하나 하나 풍경들을 남겨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일본의 경우 비교적 치안이 좋아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조심해서 다니면 많은 골목은 다니는데 위험하지 않다. 나는 도쿄에서 가끔 긴 산책을 하곤 하는데, 이어폰도 끼지 않고, 그냥 일상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동네를 지나다 보면 멋진 고급차도 구경하게 되고, 골목의 작은 가게가 내놓은 세일 상품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인터라켄, 스위스

 

아주 기분 좋은 근육통(!)을 얻는 방법으로는 걷는 것 만큼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 근무중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데, 이전 직장은 니혼바시(???)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는데, 근
처에 일본의 전통적인 멋을 지닌 동네 닌교쵸(???)가 있어, 점심시간에 닌교쵸를 걸으며 소소한 일본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수저나 식기도 있었고, 군것질 거리도 있어서 구경할 것들이 제법 많았다.
걷기는 운동으로써도 스트레스 해소의 용도로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고 이방인으로써 일본의 풍경을 즐길수 있는 기회이니 잘 활용할수 있길 바란다.

맨리헨, 스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