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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채의 블로그입니다.
해외취업을 생각할때 천천히 준비해볼것? 본문
간단히 제 과거 행적을 소개드린다면, 사회인 경력 18년 중 6년을 제외하고 12년 동안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12년이 중간에 한국 귀국이 있었기에 새로 입국(?)한 건 4년 전입니다. 출장으로 싱가포르를 한번 다녀온 걸 제외하면 일본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네요.
일본 통신회사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 생활 4년, 디지털 포렌직 기업에서 5년 정도 (한국/일본 왔다 갔다), 컨설팅 펌에서 1년, IT기업에서 4년인데, 미국계 회사 두군데입니다.
주변 지인들은 '프로 이직러'라고 하는데 주변의 탑 랭커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입니다. 일본에서 이직(전직)은 비자 같은 은근히 귀찮은 서류 작업이 있어서 다들 꺼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걸 극복하면 손쉽게 경력과 좋은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일본 기업의 이직은 단념하게 되는 것도 이런 부분인듯합니다.
링크드인이 가장 든든한 바탕이 돼준 것 같습니다. 최근의 이직은 거이 링크드인이 먹여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열어두면 다양한 안건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 이래저래 링크드인 덕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한번 직장 생활하고 나면 한국 가서 직장 생활하기 어렵다는 걸 제가 많이 깨닫게 된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가 좋고 나쁘냐의 문제보단 어디에서 오래 생활했느냐인 것 같습니다.
컨설팅 업무에 가장 비슷한 IT일이다 보니, 이직은 비교적 쉽게 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 빅 4 컨설팅에서 임원 나부랭이를 한 덕분에 쉽게 입사한 게 일본 I*M이었습니다. 딱 면접 두 번 (매니저, 디렉터)이고 면접시간도 1회당 15분을 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딜로이트나 PwC도 면접을 봤고 내정까지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어영부영하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 수인 게 업종변경의 기회를 새 일터에서 배우게 된 게 큰 것 같습니다. 일본어는 제법 한다고 해도 4년 정도 한국 생활을 하다가 온지라 취업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취업이 결정 나서 부랴부랴 넘어왔습니다.
큰 회사의 좋은 점은 해외취업을 하면 이거 저거 이동비용을 제공한다는 점이죠. 보통 이 정도의 회사는 중도 입사자를 뽑을 때 뽑아먹을(!) 게 크다는 취지에서 데려오고 등급(?)에 따라서 제공되는 부분도 나름 좋습니다. 다만, 회사가 크면 발생하는 뜻하지 않은 문제가 있더군요.
보통 신입으로 이 회사에 들어가면 찬찬히 가르쳐줍니다. 정말 대학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고 왔어도 몇 년간은 가르쳐서 부려먹으려고 꽤나 많은걸 가르쳐줍니다. 업무시간 후에 코딩 공부나, 회사에서 판매 중인 설루션의 다루는 방법 등등 배울게 많습니다... 신입은요.... 저처럼 경력직으로 끌려온 사람들은 영업을 해야 합니다. 직급과 월급이 높다 보니.. 근데 입사를 하고 반년 정도를 헛발질을 하더군요. 짧은 면접의 허점이 나타납니다.
이상한 프로젝트와 패전투수 같은 플젝 피엠으로 보내집니다. 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먹고살아야 하고 월급 받아가니 이거라도 하라고 던져준 프로젝트는 배움도 있었지만, 아무리 일본어에 자신은 있다고 생각한 제게도 피엠까진 무린 겁니다..
원래 침해대응이나 사고 분석업무를 생각하고 입사하였는데, 반년 간 설루션 도입 플젝, 정보보안 규정 수립 같은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일은 배워가며 하다 보니 빈틈도 보일 테고, 원래 하던 일도 아니니 주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 캐릭터가 돼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인사부서는 유틸이 안 좋다고 여러 각도에서 쪼아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큰 조직에서 끈 떨어진 연처럼 이리저리 서너 달을 구르다가 우연히 같은 사업부의 침해대응 조직의 프로젝트에 객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나이와 직급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꺼려하던 그쪽 멤버들도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들이라 이놈이라도(!) 써보자 라는 심정으로 저를 받아준 거죠... 그게 입사 후 거이 7개월 차...
산전수전 끝에 침해대응 부서에 입사합니다. 속으로는 이를 갈았죠. 이럴 거면 뽑지나 말덩가.. 사람을 뽑아놓고 이 모양으로 기다리게 하다니... 아무튼 거기서 1년을 꾸역꾸역 버텨냅니다. 팀에 들어갈 때 이미 멘털은 너덜너덜했지만 그래도 배우는 게 있을 거라는... 그거 하나로... 물론, 쉽지 않습니다. 취권 배우는 성룡도 아니지만 1년간 배운 게 없진 않지만 시간 대비 효율은 그저 그렇습니다. 독학으로 배우는 스타일도 아니고,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새로운 플젝을 제안해도 영업들과의 간격이 큽니다. 아마 이건 이 회사의 구성이 그런 것 같습니다. 영업들이 안건을 만들어 놓고 나가면 엔지니어들이 뒷감당하는 스타일인데, 영업들만 인센을 가져가는 구성이라는 특이점... 1년을 버티고 있는데 현 직장에서 러브콜이 들어옵니다. 슬슬 지쳐가던 찰나에 말이죠.
30퍼센트 연봉 인상에 팀 리더로 올려달라는 조건이 받아들여지니 달리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더군다나 현재가 쪽 분야 평가로는 빅 4를 제치고 있는 기업이니 경력상으로도 전략적인 이득이 있어서, 사인합니다. 물론 맘고생도 있었죠 전 직장이 수입은 적었지만 동료들이 모두 삼촌 같은 분들이라 마음이 편하고 워라밸이 최고였다는 건 인정합니다. 팀원 빼고 매니저나 영업들과의 관료주의적인 조직은 정말 답이 없구나 생각할 정도였습니다만...
현 직장에 온 이후엔 말입니다... 워라벨이 붕괴돼버렸습니다. 원래 침해대응 업무가 24시간 편의점(크런치 모드?)라고들 해서 대개 잔업과 야근근 일상이겠지 했는데. 여긴 그걸 넘어서요. 잘하면 주 70시간을 훌쩍 넘겠다 싶을 정도죠... 수입이 늘어났지만 시간으로 나눠보면 오히려 효율은 떨어진.. 하지만 배우는 분량은 정말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배웁니다. 정말 1년의 전 직장에서 배웠던걸 여기선 일주일도 안돼서 스스로 하게 만듭니다. 같은 분석업무를 단시간에 무수하게 반복하면 뼈에 새길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요... 주말도 없고, 평일은 수면시간이 아깝다거나 식사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미국 회사의 재택근무는 편의성으로만 보였던 편견을 깨버립니다. 잠옷바람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기절(?)할 때까지 일합니다. 대형사고 몇 건 담당하다 보면 사람이 사람이 아닌 상태가 된다는 머 그런...
일본의 정보보안에는 사람이 없을 뿐 기술이 없진 않습니다. 대개는 갈라파고스니 한국에 비해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신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방식 다른 차원에서 노는 애들일 뿐 수준이 낮은 건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선 수준이 낮을진 몰라도 매출이나 매너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갑이 가격으로 후려치는 경우도 적고, 을이 가격으로 들이댄다고 덥석 물지도 않습니다. 시장이 은근 현상유지를 잘합니다. 한국의 보안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한다고 하면 솔직히 그냥 언플이지 실제로는 어디 업체 끼고 들어와서 조금 후비적 대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취업요령은 별게 없습니다만, 경력을 가지고 일본에 오실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어학입니다. 소통이 잘 안되면 답이 없습니다. 경력이 어학을 초월할 정도의 막강한 내공을 가지신 게 아니라면... 절대 언어입니다. 물론 일본에는 미국계 보안업체들이 많아서 일본어를 건너뛰고 영어로 공략해도 될 수 있어요. 물론 그 기회의 수량은 적겠지만요. 그다음은 지구력입니다. 수십 개의 취업소개 사이트 후벼 파십시오. 이력서 늘 업데이트하시고 링크드인 프로필 이쁘게 하십시오.